원래 전공 내용은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터넷 검색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네이버 검색에서조차 '포퓰리즘'을 쳤을 때 가장 위에 나오는 리스팅(지식백과)부터 잘못 설명을 하고 있는걸 보았다. 그래서 그냥 간단하게 포퓰리즘이 무엇인지를 적어보려고 한다.
포퓰리즘(Populism)이란
학계에서는 포퓰리즘이 이데올로기다, 정치 전략이다, 정치 스타일이다, 담론이다 등등 여러 이야기가 있다. 최근에 들어선 대다수의 학자들이 이데올로기 접근법을 사용하는 추세이나, 다른 접근법들도 여전히 많이 사용되고 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접근법으로 보았을 때, 포퓰리즘은 이데올로기이다. 그런데 보통 다른 이데올로기랑은 다른 게, 얘는 뼉따구(skeleton)만 존재하는 약간 기본틀?같은 느낌의 아이이다. 이걸 'thin ideology'라고 한다. 반대로, 사회주의, 자본주의, 또는 보수주의 같은 정책들에 대한 의견이 꽉꽉 차있는 애들은 'thick ideology'라고 한다. 우리내 사회에는 중요한 경제적, 사회적 문제들이 여~러 종류가 있는데, thin한 애들은 thick한 애들과는 다르게 이런 여~러 종류의 이슈를 다루지도 않고, 본인들이 다루는 이슈 분야에서도 포괄적이고 다양한 정책적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이렇게 thin ideology인 포퓰리즘은, 이 아이가 일어나는 사회의 맥락에 맞추어 숙주가 될 이데올로기에 붙는다 (host ideology). 숙주로 되는 이데올로기는 보수주의일 수도 있고, 자유주의일 수도 있고, 사회주의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포퓰리즘이 처음 생겨난 19세기 이후로부터 지금까지 여러 경우의 포퓰리즘이 있었지만 그들의 정책적 주장이 굉장히 상이해 보일 수 밖에 없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포퓰리즘의 뼉따구는 어떻게 치장이 되어있는가? 두 가지 주요 부분이(core components) 있다.
1. 'the people' vs. 'the elite'
보통 우리나라말로 할 땐 '국민' vs '엘리트'라고 하는데, 왠지 '국민'이라고 쓰면 너무 한정적인 것 같아서 그냥 계속 'the people'이라고 칭하겠다. 어쨌든, 포퓰리즘은 이 사회가 두 가지 부류의 사람들로 나뉘어 있다고 본다: 평범하고 순수하한 'the people'과 이기적이고 부패한 '엘리트'로 말이다.
여기서 the people과 the elite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서 쓰는건 너무 오바다. 그래서 간단히 말하자면, 우선 이들의 정확한 신원(?)은 포퓰리즘이 그 나라의 어떤 호스트 이데올로기와 붙었느냐에 따라 다~~~ 다르다.
예를 들어, 1970년대 라틴 아메리카에서 폭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포퓰리즘의 주요 특징들 중 하나는 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경제적 계급 - 노동자계급, 이런거 -에 상관 없이 계급을 넘나드는 정치적 지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반면, 2010년대 서유럽권에서 득세한 포퓰리즘은 아주 깐깐하게 strict하게 자국민, 그것도 인종적으로, 종교적으로, 문화적으로, 언어적으로 한정적인 사람들만을 the people로 쳐줬다.
the elite는 간단하게, the people의 반대점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미국의 버니 샌더스의 좌파 성향 포퓰리즘에서의 엘리트는 부패한 워싱턴 정계 + 월스트리트 때부자들였다. 반면, 동시대에 흥행한 트럼프의 우파 성향 포퓰리즘에선 욕하는 대상인 엘리트에 월스트리트 때부자는 들어가지 않았다. 다만, 미국의 이 우파 포퓰리즘에서 말하는 엘리트가 어떤 성향인지에 대해 아주 재밌게 종합한 명언(?)이 있어서 공유한다:
"tax-hiking, government-expanding, latte-drinking, suchi-eating, Volvo-driving, New York Times-reading, body-piercing, Hollywood-loving"
"세금 대폭 올리는, 정부 확장시키는, 라떼 마시는, 초밥 먹는, 볼보 운전하는, 뉴욕타임즈 읽는, 몸에 피어싱하는, 헐리우드 사랑하는"
- 출처: New York Times
2. 정치는 the people의 의지에 의해 행해져야 한다
사회가 the people과 the elite 두 그룹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민주주의('demo'-cracy) 국가에선 'the people'이 주인이기 때문에 'the people'의 의향이 정치의 향방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1세기 현대 민주주의 국가들은 고대 그리스 폴리스와는 다르게 대의 민주주의(representative democracy)를 하고 있는데, 어쨌든 그 엘리트들이 일을 그따구로 밖에 못하니 the people의 의견이 정치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예로, 2000년대 들어 유럽권에서 엄청 많은 지지를 이끌어낸 포퓰리스트 정당들은 더 많은 국민투표를 행하겠다는 약속들을 공약으로 내걸었었다.
포퓰리즘이 아닌 것
Thin-ideology 포퓰리즘의 반대편이 선 아이는 두 개 있다.
1. 엘리트주의 (elitism)
포퓰리즘은 the people의 정치를 외치는 한편, 엘리트주의는 좀더 정제된, 배운 엘리트들이 국정을 다뤄야한다고 주장한다. 누가 국가의 주권을 가지고 정치를 주도하느냐에 대한 견해가 완전 정반대이다.
2. 다원주의(pluralism)
다원주의는 자유 민주주의의 근반이 되어야 하는 개념 중 하나이다. 다원주의는 근본적으로 사회엔 여러 다른 의견들이 공존한다는 것을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면서, 그 여러 의견들이 만나 양보도 하고 의견에 수정도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정책이 나오는 것을 지향한다.
지식백과에선 포퓰리즘을 이렇게 설명한다:
우선 "일반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은 잘못되었다. 여기서 설명하는 인기에 영합하는 ~주의는 포퓰리즘(populism)이 아니라 포퓰러리즘(popularism)이다. 둘은 엄연히 다르다. 포퓰리스트가 인기를 끌 수도 있는 건 사실이나, 모든 정치인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다고해서 다 포퓰러리즘이라고 하면 잘못된 것이다.
또한,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제논리에 어긋나는 선심 정책을 남발하는 일이 전형적이라고 표현하였는데, 모든 포퓰리즘이 그렇지 않다. 앞서 말하였듯, thin ideology이며 뼉따구 이기 때문에, 지지자에게 돈을 뿌려라 거둬라 뭐 굴려라 찢어라와 같은 내용을 지시하지는 않는다. 그건 thick한 애들이 하는 것이다. 그 포퓰리즘이 어떠한 호스트 이데올로기에 붙었느냐에 따라서 경제정책의 모습이 바뀌는 것일 뿐이란 말이다.
예를 들어, 2000년대 들어서 유럽엔 거진 모든 국가에 포퓰리스트 정당이 만들어지고 유세를 펼쳤는데, (심지어 많은 인기를 끌었고, 당선인들도 나왔다. 예 - 헝가리 빅터 올반, 이탈리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경제적으로 좌파 성향을 띤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출현한 국가들도 있었고, 사회/문화적으로 극우적인 성향의 포퓰리스트 정당들도 있었다. 그들은 지향하는 경제 정책이 다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포퓰리스트 정당이었다. 그건 포퓰리즘이라는 이데올로기가 thin ideology라서 그렇다. 즉, 유권자 지지 얻으려고 돈 뿌리는 선심 정책은 포퓰리즘이랑은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그냥 근시안적인(short-sighted) 똥멍청이 구애 정도라고 본다. 이제 그런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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